예술의 동양과 서양의 융화


“만일 내가 봄을 그리고 싶을 때에는 나는 겨울철에 있어야 한다.” 이렇게 어느 날엔가 쟝 쟊끄 룻소는 고백했다. 그러고 보니 남관이 그의 한국을 드높이기 위해 빠리에 머무를 필요가 있다고 해서 하등 놀랄 일은 아니잖겠는가? 한국을 떠나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 고국을 한층 더 소중한 것으로 하고 있으며, 말하자면 몽마르트르의 화실에서 그로 하여금 작품을 제작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품들에서는 한글 글씨의 변형이 청색의 향수어린 바탕 위에 힘차고도 시적인 형태들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그 청색은 남관 자신의 말을 따르건대 바로 한국의 의상의 빛깔이다. 때로는 황색과 붉은색, 그리고 보다 흔히는 보랏빛이 그의 작품의 기조적 조화를 이루고 있기도 하며 그것을 이 화가는 즐겨 색채의 조화된 통일체로 마무리 짓는다. 그러나 그 조화는 대개의 경우 청색을 바탕으로 하고 있거니와, 본질적으로 우수가 깃든 이 빛깔은 말하자면 그의 고국의 빛깔이자 특히는 남관의 그것이며, 그 빛깔이 그의 마음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그가 말하고 싶은 「사랑의 말」을 그는 현대 서양회화의 언어 다시 말해서 유럽의 전통적인 자료를 통해서 표현하고 있다. 유채로 그려진 그의 회화 작품은 마티에르에 대한 남관의 기호를 보여주고 있고, 그 기호는 동양화의 기법에 있어서는 결로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빈틈없이 짜여지고 정확한 텍스츄어를 지닌 그의 마티에르는 에나멜과 같은 풍부하고 정교한 광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투명하고 무지개빛의 그리고 완전히 융합된 그의 마티에르는 이 한국의 화가가 서양의 화법을 몸에 익히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극동의 피를 이어받은 그의 정묘하고도 세련된 삼성에 뒷받침되고 있으며, 그리하여 그의 작품은 동과 서의 문화적 「결혼」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만남을 남관은 스스럼 없이 드높이고 있거니와 어딘가 모르게 애수에 젖은 듯한 미소가 그것을 한층 더 감동 깊은 것으로 하고 있다.

 

                                                                            前 빠리국립현대미술관장 베르나르 도리발

                                                                                                                       〈李 逸 譯〉

                                                                                                                             197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