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미술의 연구

- ‘이인성’, ‘장우성’ 탄신 100주기전을 기해





올해로써 탄신 100주년을 맞는 이인성, 장우성화백의 기념전이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이인성 100주기’(5.26-8.26)전은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덕수궁미술관에서, ‘월전의 붓끝, 한국화 100년의 역사 : 장우성 100주기’(4.20-7.8)전은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기념전과 기념행사가 각각 열릴 것이란 소식이다. 그러고 보면 최근 들어 탄신 100주년을 맞는 미술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작년(1911년생)엔 김인승, 남관, 배렴화백이 탄신 1세기를 맞은 것을 위시해서 내년(1913년생)엔 이쾌대, 김환기, 김기창화백이, 2014년엔 박수근, 2015년엔 김종영, 박상옥, 김경승, 성재휴화백이, 2016년엔 유영국, 이중섭, 최영림, 이봉상, 손응성, 이유태, 황유엽, 조병덕, 이종무화백이, 2017년엔 박고석, 윤효중, 정점식, 장욱진, 황염수, 김정숙, 윤재우화백이 100주년을 맞고 있다.



이들 면면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근,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들이 망라되어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1930년대 중반을 전후해서 등단했다는 사실이다. 대체로 10년대, 20년대가 근대미술 이입기에 해당한다면 30년대를 기점으로 해서 40년대에 이르기까지가 개성이 발현되던 시대로 특징 지을 수 있는데 이 시기를 통해 등단 되었다는 것은 곧 우리 근대미술이 이들에 의해 꽃피어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술사란 미술가의 역사이다. 개별의 미술가들이 만들어내는 독자적인 예술의 세계가 맥락을 이루면서 미술사가 형성되는 것이다. 미술사가 있고 미술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미술가가 있음으로해서 미술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뛰어난 미술가가 많으면 많을수록 미술사는 풍성한 내용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우리 근대미술이 그 나름으로 풍성하다는 것은 이들 뛰어난 미술가들 때문이란 점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기 작가연구는 너무 빈곤한 편이다. 우리의 근대기가 너무 초라하다는 넋두리만 늘어놓았지 보석을 갈고 닦는 작업은 빈한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작가연구가 미진하다는 것이다. 자료의 발굴과 정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정작 심도있는 작가연구를 만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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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미술관 제대로 탄생되어야

연구풍토와 상황이 아직 제대로 틀 잡히지 않아서일까. 미술사 지망생 가운데도 유독 한국 근대미술은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이런 저간의 사정 때문일까.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은 높아가는 반면 상대적으로 근대미술은 홀대를 받고 있는 인상이다. 2000년대 초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을 근대적 성격의 미술관으로 키우기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사람들이 바뀌면서 이를 무화시켜버리고 말았다. 최근에서야 다시 근대적 성격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표명되고 있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다. 이 기회를 통해 제의하고 싶은 것은 명실 근대미술관으로서의 면모를 지녀가기 위해선 여기를 중심으로 우리의 근대미술연구센터로서의 역할을 다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근대미술 연구자들이 모여들고 다양한 연구행사가 이어지는 장소로서의 활기를 띠어갔으면 한다. 근대미술 연구가 제대로 되어야만 잇따른 현대미술에 대한 탐구도 자동적으로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다.



내년이면 소격동에 새로운 모습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되리라 한다. 많은 관계자들이 세계적인 미술관을 열망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세계적인 미술관을 꿈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가장 한국적인 미술관을 만드는 일이 더 시급한 문제이다. 가장 한국적인 현대미술관이 되지 않고 세계적인 미술관을 바란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일이다. 제대로 된 현대미술관을 만들기 위해선 그 뿌리인 근대미술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따라야함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덕수궁미술관의 ‘이인성 탄신 100주기’전과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의 ‘장우성 탄신 100주기’전이 보다 알찬 내용으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동시에 이를 계기로 우리의 근대미술에 대한 연구가 더욱 왕성하게 펼쳐지기를 염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