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그림소동의 교훈(사설)[동아일보] 1991-02-04 02면  종합    1566자
우리 미술시장의 두가지 고질이 있다면 그것은 가짜 그림의 양산과 문화재급 고미술품의 해외밀반출일 것이다. 작년봄 윤공제의 국내 최고의 미인도가 한 고미술상에 의해 일본으로 밀반출되려다 적발된 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과 함께 문화재관리에 대한 새로운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었다. 가짜그림의 양산도 알게 모르게 미술시장 일각에서 끊이지않고 일고 있는 고질이지만 이는 하루빨리 청산해야할 우리 문화계의 오점이며 치부인 것이다.엊그제 검찰에 적발된 전문위조단 2개파의 가짜그림사건은 그것이 전문가들이 참여한 범죄의 조직화 대량화란 점과 값비싼 그림들의 대량수요가 계속되고 있는 미술시장의 이상경기를 말해주는 것이어서 놀라움을 금할수 없다. 수삼년이래 불고있는 부동산투기의 열풍은 우리 미술시장에도 불어 닥쳐 최근 1,2년사이에 서울 인사동의 고미술시장은 눈에 찰만한 미술품이 동난 형편이다. 찾는 사람은 많고 물건은 달리니 여기에 가짜미술품들이 나올 소지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술시장의 이상경기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술품을 투기의 대상으로,혹은 독점의 대상으로 착각하는 졸부수요가들의 그릇된 인식이다. 수천만원 혹은 수억원을 호가하는 귀중문화재는 그 값이 비싼만큼 희소가치가 있는 것이며 이는 어느 특정인이 독점해서는 안될 우리민족 공동의 문화유산인 것이다. 이를 골방에서 혼자만 감상하겠다는 욕심도 부당하지만 투기의 대상으로 사장하겠다는 졸부식의 무지와 횡포는 더욱 부당하다.

이번 위작조직의 위조의 대상이 된 그림은 한국회화사의 비조인 겸제정선의 산수화와 이중섭 남관 김환기등 작고한 유명화가들의 작품들을 망라하고 있다. 이들 작품들은 국내수요가들에 의해서 이미 그 값이 수천만원 혹은 수억원대로 올라있고 미술시장에서는 구경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이미 매점이 끝난 상태이다. 이런 작품들을 감상하고 싶으면 미술관이나 소장처를 찾는 것이 순리지만 이를 꼭 사들여서 투기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졸부수요가들이 있기 때문에 가짜그림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문위조단이나 가짜미술품의 상거래가 끊기지않는데에는 화상이나 고미술상인들의 책임이 크다. 서울 인사동거리나 장안동 고미술상가를 돌아보면 우리 미술시장이 물량면에서 국력신장이나 경제적 풍요에 걸맞는 장족의 발전을 해왔음을 실감케 된다.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미술시장도 세계적인 명소로 각광받게 됐으며 특히 국내 중산층들도 작으나마 골동품 한점쯤 갖고싶어할 만큼 문화적 수요자로서의 자질을 높여가고 있다. 따라서 오늘의 화상이나 고미술상인들은 단순한 보따리장수꾼이 아닌 한나라 문화의 수요공급과 올바른 문화적 흐름을 열어주는 문화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터놓고 말해서 미술시장의 고객들이 미술품투기꾼의 작태를 말끔히 벗어버리고 품위있는 미술애호가가 되고 미술상인들이 문화적 양식과 상도의에 충실한다면 어느 틈으로 가짜그림이 비집고 들어올 것인가. 따라서 가짜미술품의 양산이라는 범죄행위는 투기꾼과 일부 악덕미술상인들의 공동의 작품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미술시장을 이끄는 인사들이 함께 져야한다. 정부 역시 미술시장을 찾는 고객관리나 시장정화를 위한 열의를 가지고 미술시장 육성이라는 별도의 계획을 세워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