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FOCUS/6년만에 모국서 개인전 연 在佛 원로화가 정하민씨[세계일보] 2001-11-26 25면  총40면    875자
* "童心 화폭에 담고보니 희망이 절로…""힘들고 지칠 때마다 가난했지만 순수했던 시절들을 화폭에 담으며 큰 위안을 삼습니다."
프랑스에 몇 안 남은 한인 원로화가이자 한국대사관의 '홍보도우미'로 활약해온 정하민(鄭夏旻.57)씨가 6년만에 모국에서 동심(童心)을 소재로 개인전을 연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5년전 결장암 선고를 받고 두 차례 수술끝에 기적적으로 회복하며 그린 작품이어서 의미가 각별하다.

"어린시절을 소재로 한국의 얼과 정서를 담은 유화 20여점을 준비했습니다. 솔직히 두렵기도 합니다." 프랑스화단의 거대한 예술적 스케일에 영향을 받았음일까. 그의 작품은 전에 보다 훨씬 간결해지고 안정감을 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정 화백은 1980년 35세의 나이에 파리유학을 떠나 지금은 작고한 남관, 이항성 화백 등과 파리 한국화단을 일궈왔다.

"유학생을 포함, 300여명의 한국 작가들이 파리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요. 과거 재불작가전 같은 훈훈한 그룹전은 엄두를 못내지만, 개개인이 각개전투식으로 파리화단에 진출하고 있어 장래는 매우 밝은 편입니다."
작품활동을 하며 주3일간 파트타임으로 15년 넘게 한국대사관 홍보관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그림 못지않게 한국을 해외에 알리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한국에서 특파원이 올때마다 성심성의껏 보도자료를 챙겨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50일동안 중환실에 있다가 깨어났으니 지금은 덤으로 사는 인생입니다." 그는 "한국사회가 점점 각박하고 급해지는 것같다"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반템포만 늦춰 줄 것을 권고했다.

진한 향수와 고독, 절제된 형태미와 애상적인 회색조가 묻어나는 '정하민 개인전'은 11월30일∼12월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2층 조선화랑에서 열린다. /정성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