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해」 문체부장관 표창/알파칼라 전영탁 회장(초대석)[국민일보] 1995-12-26 16면  문화    953자
◎화구 국산화 35년 “한우물”/국내 첫 미술용품회사 창업/각고끝 포스터칼라 등 개발/미술재료학 개척 “앞장”… 저서 내기도35년간 화구생산과 미술재료학 개척에 앞장서며 외길 인생을 살아온 알파색채의 전영탁 회장(76)이 미술의 해를 마감하는 자리에서 문화체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지난 13일 예총 예술문화상 공로상에 이어 두번째 주어지는 영예.

『숨은 공로자가 많은데….저희는 화가들 심부름꾼에 불과하지요.앞으로 미술재료 개발에 더욱 힘써 우리 그림이 세계화단에 진출하는데 미력이나마 도울 생각입니다』
일본 중앙대를 졸업한 후 함남 단천에서 교원 생활을 하면서 학용품에 관심을 갖던 그는 미술용품의 질이 유난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1962년 외국물감이 판치던 시기에 최초의 화구회사를 만들었다.

회사설립 이듬해 7백여번의 도전끝에 「포스터 칼라」개발에 성공해 65년부터 시판에 들어갔으며 83년에는 제3의 화구라 불리는 「아크릴 칼라」를 세계 여섯번째로 개발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재능은 있되 재료가 좋지 않을 경우 명작이 되지 못합니다.예전에 유명작가의 작품이 3년만에 버려지는 것을 보았어요.연탄불을 피워놓고 작업하던 시절,일산화탄소가 질낮은 물감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변색되고 만 결과입니다.박수근의 작품도 빨간색이 노랗게 변해 수정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르네상스 시대에 그려진 그림 가운데 명작이 많은 것은 당시 재료공학이 발달한 때문이기도 합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미술재료학을 정립해 최초의 저서를 낸 그는 교수들을 상대로 미술화학을 강의하기도 하며 남관 김흥수 화백등 원로작가들이 대작을 준비할 때는 무료로 물감을 공급한 일화도 있다.

내년 3월이면 인천 남동공단에 초현대식 공장을 설립,제2의 창업을 꿈꾸는 전회장은 노령임에도 직접 평창동 실험실을 찾아 신제품개발을 주도하며 바쁜 시간중에도 「알기쉬운 미술재료학」을 집필,내년초 출간을 앞두고 있다.〈손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