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밀리다 불황뚫을 묘수로/화랑가 작고작가전 “기지개”[국민일보] 1993-03-31 13면  문화    1372자
◎족적 큰 화가 미공개작 등 “볼만”/「작고작가…」「조중현유작전」 등 잇따라/“상반기 미술품 수급예측 잣대” 전망몇년새 어려운 미술계의 안팎사정이 겹쳐 좀체 공개전시되기 힘들었던 작고작가들의 작품이 새봄을 맞아 하나 둘 선보이기 시작해 관심을 끈다.

작고작가전은 또 소수의 화랑들이 기획하고 있는 원로작가전과 병행되고 있어 올해 전반기의 미술품 수급동향을 예측하는 조심스런 잣대가 될 것으로 미술시장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4월1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가나화랑(734­4093)이 마련한 「작고 작가 작품전」은 근현대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가 11명의 미공개작을 포함한 명품들이 다수 쏟아져 나와 전시 개막전 벌써 화제가 됐다.

출품작가는 권진규 김종종 김환기 남관 도상봉 박수근 오지호 이응로 이중섭 장욱진 하린두등.

전시작으로는 애절한 민족정서와 한을 승화시킨 박수근의 60년대작 「할아버지와 손자」「시장의 여인들」을 비롯 끝없는 실험정신으로 한국미술의 우수성을 세계화단에 알린 이응로의 70년대 작이자 솜과 종이를 이용한 특이한 문자추상작품등이 나온다.한국적 시정신으로 서양의 기법을 소화한 김환기는 56∼57년 2년에 걸쳐 제작했던 유화에서 고아한 면분할 솜씨를 과시하고 있는 서정이 흐르는 유채콜라주로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또 강렬한 색채의 향연을 보여주는 하린두의 「성상」(87년작),단순미의 극치 장욱진의 「과수원」(57년작),도상봉의 「광능풍경」(73년작)등은 여느 전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개작들.게다가 수년간 미술시장에서 아예 종적을 감추었던 이중섭의 작품까지 맘먹고 공개돼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번 전시의 특성은 작가별 작품성향과 변천과정을 살필 수 있도록 시대에 따른 대표작 위주로 선별했다는 것.권진규의 경우 테라코타소재,전통기법인 간칠부조,청동조각 등을 함께 전시해 한 작가를 다각도로 조망하게끔 배려했다.

또 지난 82년 폐암으로 타계한 심원 조중현화백의 유작전이 4월4일까지 서울갤러리(735­7711)에서 열리는 것도 비록 추모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미술시장을 고무시키는데 도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당 김은호에게 배운 심원은 운보 월전과 더불어 『내가 기른 제자중 으뜸가는 재주』라는 스승의 칭찬을 들었으나 비사교적인 성격으로 화단활동은 조용했던 편.섬세한듯 날카로운 필력의 소유자였던 고인은 국전 초대작가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김기창 안동숙 김학수씨등 심원의 동료·후배들이 위원회를 조직,유작전을 성사시켰고 유작화집도 간행할 예정.

이밖에 최근 막내린 「이응로·남관비교전」이나 「근대서화명가전」,상업화랑이 주선했던 「청전·의재·심산·경매전」등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예술성 평가가 끝난 작고작가들의 작품으로 오랫동안 막혔던 불황터널을 뚫어보려는 미술시장의 정면돌파의지』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