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6월은 저녁 데이트 하기가 좋은 달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사이에 있는 가로수길은 여유롭게 걸어다니며 갤러리 그림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가로수길에 갤러리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이 지역이 새로운 문화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별, 다이너라이크, 스쿨푸드 등 맛집들과 디자이너숍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트렌드 선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터줏대감 예화랑은 1986년 가로수길에 둥지를 틀었다. 가로수길에 처음으로 문을 연 이래 오지호, 김환기, 이대원, 천경자, 남관 등 국내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해외작가로 아르망, 파블로 피카소, 니키드 상팔, 프랭크 스텔라 등을 소개했다.

6월에는 국내외 블루칩 작가 그룹전 '작가적 상상' 전시회를 연다. 국내외 작가 15명을 소개하는 전시로 강익중, 김종학, 이강소, 정일, 최인선 등 국내 작가들과 알렉스 카츠, 아르망, 칸디다 호퍼, 리날도 비지 등 국외 작가들을 소개한다.


얼갤러리는 젊은 작가 위주의 참신한 전시 '현실과 상상'전을 열고 있다.

강지만, 곽수연, 김현식, 임만혁, 구교수가 작업한 참신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큰 머리 남자와 여자를 우스꽝스럽게 그리는 강지만은 만화가 출신이다. 그의 그림에서는 복잡한 세상사로 인해 머리만 커져 버린 현대인들의 모습이 만화적인 감각으로 나타나 있다. 또 일상의 행복과 고독감도 스며들어 있다. 곽수연은 개를 통해 욕망으로 가득 찬 인간들 모습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있다. 개들의 표정과 고급스러운 옷차림, 유명인 얼굴 조합을 통해 인간의 소비성과 위선을 보여준다.

어반아트는 상반기 전시를 마무리하는 '컴플렉스 컬렉션'전을 열고 있다. 다양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로 작가들의 독특한 개성을 볼 수 있다. 참여작가는 인준, 권기수, 안윤모, 강지만, 송경혜, 이진경, 박서보 등이다. 현대사진 거장 스티브 매커리 전시는 올 10월로 예정돼 있다.

갤러리SP에서는 이샛별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둥그런 얼굴 형태의 캐릭터를 내세워 작업하는 그의 그림에는 아름답고 화려한 꽃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섬뜩한 느낌이 든다.


눈 대신 꽃이 그려진 여성, 토끼 얼굴 사람 등 이샛별의 그림 속 주인공들은 고립과 소외로 주체성을 상실하거나 위장이나 변장을 해야 살아가는 현대인의 비애를 내포하고 있다.

청작화랑에서는 인기 작가 전시회를 만날 수 있다. 서양화, 한국화,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다. 이왈종, 이두식, 최영훈, 전준엽, 정현숙, 장순업 등의 작품이 전시장 벽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UM갤러리는 젊은 작가 기획공모 선정작가 배윤환 전시 '파라다이스'를 연다. 배윤환은 형태의 불균형을 통해 다양한 상황을 표현한다. 또 마블링을 연상시키는 자유분방한 색감의 표현은 작품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구실을 한다. 배영균 전시 후에는 김영균 개인전 '불안한 거울'이 열릴 예정이다.

김재선갤러리는 꽃과 자연의 향기를 그리는 작가 금동원 초대전을 연다. 금동원 작품의 특징은 알록달록한 색채. 동화 같은 아기자기한 이미지와 밝은 색감은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이 들게 한다. 이 전시 후에는 설종보 개인전이 열린다.


그림뿐 아니라 식사와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갤러리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제지마스는 미술품 전시와 함께 식사와 미니 콘서트 등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제지마스는 6월 한 달간 단체기획전 '베스트 초이스-숨어 있는 보물을 찾아서'를 연다. 강승우, 김경민, 김경원, 김지현, 김지희, 김창규, 이진명 등 젊은 작가들의 톡톡 튀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드로잉, 조각, 회화 등 신선한 보물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오후 6~7시에 문을 닫는 일반 갤러리와 달리 제지마스는 새벽 2시까지 작품 관람이 가능하다.

참신한 사진전도 있다. 아트앤드림은 젊은 사진작가들의 전시회를 연다. 참여 작가는 김두하, 허지현, 최유화, 최수정 등이다.

한편 가로수길은 갤러리 외에도 모던하고 색다른 레스토랑들이 자리잡고 있다. 페이퍼가든, 에이스토리, 모던밥상, 스타트, 콰이 등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들이 갤러리들과 어우러져 멋진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