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제주아트랜드ㆍ운보의 집 개관
황인연 우산문화재단 미술관장


"명승지를 보는 관광 시대는 가고,예술작품을 즐기는 문화관광 시대가 왔어요. 1인당 소득이 3만달러쯤 되면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찾아 다닐 거예요. 평생 숙원 사업으로 만든 미술관 등 문화예술복합단지가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입니다. "
국내 유력 미술품 소장가인 황인연 우산문화재단 미술관장 겸 운보문화재단 후원회장(59 · 사진)은 올 들어 두 가지 큰 일을 해냈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태왕사신기' 야외세트장을 지난해 인수해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뒤 지난 3월 초 '제주아트랜드'로 재탄생시켰다. 또 충북 청원군 내수읍 '운보의 집'도 경영권을 인수한 지 3년 만에 정상화해 지난 1일부터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제주아트랜드'와 '운보의 집'은 개인미술관으로는 국내 최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술관만으로는 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어 조각과 분재,수석공원과 동물농장 등을 조성해 한나절 관광코스로 개발했어요. 덕분에 제주아트랜드는 개관 석 달 만에 하루 방문객 수가 1000명을 넘어섰어요. "
대지 16만㎡,건평 8000㎡의 제주아트랜드는 국내외 유명 화가의 대표작 500여점(감정가 1000억원 이상)을 전시하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미술가 엔조 쿠키의 대작 '손'을 비롯해 김정희 허백련 남관 천경자 등의 작품을 망라한다. 또 수령 1000년짜리 주목 분재를 비롯한 300여점의 분재공원,주요 조각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조각공원,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을 위해 반달가슴곰과 꽃사슴 등을 키우는 동물농장도 마련했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그림을 특히 좋아했어요. 청산과 명당을 그려 넣은 그의 작품을 집안에 걸어두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있어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있었죠.저는 그의 대표작 '청록산경' '수렵도' '문자도'와 미완성 유작 '말' 등 30여점을 갖고 있습니다. "
황 회장은 그동안 20억원을 투자해 운보미술관을 리모델링했고 앞으로 조각 공원 등에 추가로 14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아름다운 그림은 돈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미술관이 많이 생기면 사람들의 마음도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앞으로는 사업에서 은퇴해 미술관과 복합단지 운영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그는 광주상고를 졸업하고 병역을 마친 1974년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주택건설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다. 그러나 정신이 황폐해지고 있음을 깨닫고 1970년대 후반부터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내년 회갑(7월23일) 때 발간할 회고록을 준비 중이다. 실패담과 성공담을 50쪽만 쓰고 나머지는 자신이 소유한 그림과 분재 사진을 수록할 계획이다.

유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