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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 x 53cm(10호), 캔버스에 유채 1950년대


남관의 초기작으로, 보기 드문 구상작품이다. 그는 1954-55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문자추상회화’를 완성하여 대외적으로 널리 유명해졌는데, 그 이전의 국내 작업에서는 조형정신이 배어있는 구상주의적 기법을 주로 사용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작가의 시대적 특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정물>은 바로 이 시기에 완성한 작품으로 추측 된다. 특히 형상과 색채에서 대상적 가치를 얻고자 했던 당시 작가의 고민이 묻어나며 선과 형태의 교착에서 오는 오묘한 평면구성이 돋보인다. 그리고 향토적 대상을 짙은 정감의 분위기로 표상하려고 한 현실적 서정주의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전체적인 구도는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시선으로 책상과 그 위에 놓인 물건들을 비치하였으며, 그림자의 각도와 명암을 통해 빛과 시점에 따른 독특한 묘사를 시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정물>은 새로운 작품 양식을 모색하는 도불 이전의 단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미 이 시기 구상작품에서부터 남관은 독자적인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창조할 싹이 움트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