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박서보/현대미술관 안성에 세운다[경향신문] 1994-11-17 13면  문화    1314자
◎「서보재단」 부설… 소장해온 예술작품 전시/아시아 미술 세계화·젊은화가 육성 산실로지난 40년간 한국현대미술을 주도해온 추상화가 박서보화백(62·홍익대 교수)이 현대미술관을 건립하고 미술관을 중심으로 개성있는 현대미술전을 연다. 박화백은 한국현대미술의 가치정립과 국제화기여를 내걸고 재단법인 서보미술문화재단(이사장 박서보)을 설립, 지난 5월 등록을 마친데 이어 다음주중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한편 미술관 설계에 들어가게된다.

경기 안성군 보개면 기좌리 5천여평에 재단부설로 설립될 현대미술관은 5백여평의 전시공간과 작품보존실 자료실 휴게및 숙박시설등을 갖출 예정이다.

이미 옹벽과 대문·울타리설치, 잔디조성등 기초작업이 마무리됐다. 이에따라 인공갤러리 대표 황현욱씨와 건축사 박현기씨가 이번주 현지를 둘러보고 지형에 맞는 설계작업에 들어갔다. 전시목표는 한국을 위주로한 아시아현대미술의 정수를 집약한다는것.

박화백이 그간 수집해온 자신과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1백70점을 재단에 기증, 2천8백만원을 들여 법원에 등기완료했다. 한국에선 남관 이우환 정창섭 정상화 윤형근 김창렬 하종현 김형대 최명영 서승원 박석원 심문섭 이강소 김태호 이두식 정경연 진옥선 지석철 김용익 김홍주 김수자 문승근 곽덕준씨와 미국의 리히텐스타인 로젠퀴스트, 일본의 대표적인 판화가 구로사키 아라다등이 포함돼있다.

박화백은 『이들의 작품은 세계어디에 내놓아도 독창성에서 뒤지지 않는다』며 『세계순회전을 집중적으로 열어 이들의 작품세계를 알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술관 자료실에는 박화백이 지난 54년부터 모아온 국내 작가들의 전시 카탈로그와 신문스크랩, 심지어 결혼 청첩장에 이르기까지 미술사료 7트럭분이 함께 비치된다. 박화백은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화업 40년의 화단사를 「체험적 예술론」으로 묶기위해 집필에 들어갔다.

미술관 건립에 이은 또하나의 야심적인 사업은 젊은 작가들의 발굴을 위한 한국현대미술전.

45세미만의 작가들로 개성있는 전시회를 열고 수상자는 상금대신 해외에서 1년간 작품제작을 할수 있도록 해준다는것.

이와함께 21세기 아시아 태평양시대를 공동으로 이끌어갈 중국 일본 태국 필리핀등의 작가들과 국제적인 교류를 활발히 갖는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점진적으로 미국 LA의 산타모니카와 중국 상해에 작가 작업실을 겸한 미술관을 지부로 운영한다는 것. 중국현대미술의 주도세력인 채국강 왕신평 범종명등 30대후반∼40대초반의 작가들과 활발한 교류의 물꼬를 트고있다.

박화백은 『미술관건립과 미술전개최등에 사비 20여억원을 투입했다』면서 『재단에 지원문의가 쇄도하는만큼 재단운영참여에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있다』고 말했다.【이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