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화가 가짜그림 15억대 팔아/2개파 4명 구속[서울신문] 1991-02-03 15면  사회    1586자
◎이중섭 작품등 모작,가짜 낙관 찍어/5백여점 유통… 1점에 수억대 홋가서울지검 특수2부(김영철부장검사 김성준검사)는 2일 단원 김홍도,겸재 정선 등 옛 화가와 김환기·이중섭·남관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그대로 모방해 그린 가짜 그림 15억원대를 팔아온 그림 위작조직 2개파를 적발,이태희씨(45·용산구 후암동 장우오피스텔 201호) 등 화가 2명과 김윤조씨(45·예일화랑 대표·종로구 낙원동 59의10) 등 판매책 2명 등 모두 4명을 저작권법 위반 및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또 화가 권춘식씨(44·종로구 옥인동 66)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검찰은 이와함께 이들이 모작한 남관의 1백호짜리 추상화와 정선의 10호짜리 신선도 등 가짜 그림 15점과 가짜 그림을 만드는데 사용한 추사 김정희,이당 김은호,오원 장승업 등의 가짜 낙관 1백12개 및 「겸재도록」 등 화첩,유명그림 슬라이드,유명 화가 사인첩 등 5백여점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현대화가와 옛 화가의 화풍을 모방하고 가짜 낙관과 사인을 사용해 가짜그림을 만들어 팔아온 사람을 저작권법 위반혐의로 처벌한 것은 처음이다.

구속된 이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집 화실에서 고 김환기화백의 6호짜리 여인상을 위작해 구속된 김씨를 통해 2천만원에 팔아넘기는 등 지난 87년 1월부터 3년간 김환기,남관,박수근화백 등 유명 현대화가의 작품 2백여점(진품가격 2백억원)을 위작해 종로구 낙원동 화랑가에 모두 10여억원을 받고 팔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함께 구속된 화가 이석근씨(60)는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낙원동 K여관에서 겸재 정선의 10호짜리 산수화를 위작해 모회사 회장에게 2백40만원을 받고 팔아 넘기는 등 지난 81년부터 모방한 그림에 가짜 낙관을 찍어 만든 가짜 고화 3백여점(진품가격 1백억원)을 5억원에 종로구 인사동 화랑 등에다 판 혐의를 받고있다.

검찰 수사결과 구속된 이씨 등 화가들은 유명 화가의 화풍을 연구해 이를 아예 본뜨거나 모방한 새로운 작품을 그린뒤 유명화가의 작품이 새로 발견된 것처럼 속여 팔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겸재·추사 등 옛 화가나 이중섭·김환기·오지호 등 고인이 된 현대 화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천경자씨 등 활동중인 유명 화가의 대표작까지 위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만든 가짜 그림이 한국고미술협회와 한국화랑협회 등 미술품 전문감정기관도 진품으로 속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구속된 화가 이씨는 경북 모예술고를 졸업한 무명 화가이나 원작을 찍은 슬라이드 등을 이용,모작을 하고 유명 화가의 사인을 연구,똑같이 써 넣은뒤 진품으로 속여 파는 등 수법이 치밀해 이씨가 만들어 2천만원에 판 한 작품은 현재 1억2천만원이 거래될 정도라고 검찰은 말했다.

검찰은 더 많은 가짜 그림이 시중에 나돌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앞으로 한국고미술협회 등에서 위작으로 감정된 작품들의 감정의뢰서 및 감정결과서를 넘겨받아 제작자·판매자를 색출키로 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고미술협회와 한국화랑협회에서 위작으로 감정한 작품은 청전 이상범작품 23점,심향 박승무작품 15점,추사 김정희작품 25점,단원 김홍도작품 28점,천경자씨 작품 28점,이중섭씨 작품 5점 등 4백여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