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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김테레사] 남관 화백을 추억하며 | 국민일보 | 201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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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바삭 갓 구운 쿠키뉴스 페이지 1 / 2

[살며 사랑하며-김테레사] 남관 화백을 추억하며

2011.11.22 17:44

사람처럼 이것저것 다 먹는 잡식성 동물은 없는 것 같다. 잡아먹고, 뜯

어먹고, 심어먹고, 구멍 뚫어 받아 마신다. 그뿐이랴. 말리고, 절이고,

삶고, 구워 먹는다. 그러다가 드디어 조리라는 것을 알면서 맛의 차원

이 달라졌다. 이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빛이 맛을 연상케

함으로써 음식의 모양도 중요시하게 되었다. 인간의 창조 본능이 조리

를 예술로 만들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초창기 서양화가들은 외국, 특히 프랑스와 일본에서 유학하

면서 요리를 경험한 분들이 많다. 이들 중에는 “요리도 창조작업이기

때문에 화가들이 음식을 잘 한다”고 뻐기는 분들도 있다. 대표적인 분이 남관(1911∼1990) 선생이다.

파리에서 갓 귀국해 서울 부암동 언덕에 프로방스 스타일의 화실을 마련해 살고 계실 때 점심 초대를

받은 적이 있다. 친구와 같이 가겠다고 청했더니, 기꺼이 승낙하셔서 사진가 강운구와 같이 갔었는데

부부가 환한 얼굴로 맞아 주셨다.

부인은 시인 김광섭의 따님인 소설가 김진옥 여사다. 화가 남관은 피카소와 모습이 꽤 비슷하고, 특히

눈빛이 닮았다. 피카소는 말년에 남불 안티브에서 옛 성을 화실 삼아 살았다. 당시 프랑스 유명 화가들

이 꽤 많이 지중해 연안 도시들, 이를테면 칸에서 니스, 망통에 이르는 바닷가에 화실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마티스와 샤갈은 칸에, 장 콕토는 망통에서 그림을 그렸다. 이 가운데 망통시는 비엔날레를

운영했는데, 남관 선생은 1966년에 여기서 피카소, 드 뷔페, 타피에스 등을 물리치고 대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림 얘기를 하다가 남 선생께 “피카소와 비슷한 모습이다”고 했더니 기뻐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탐

탁해 하지 않으셨다. 그러면서 유명 작가들에 대한 품평을 늘어놓으셨다. 피카소 그림은 너무 상업성이

있어서 좀 언짢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샤갈은 좀 모자란다, 오히려 미국의 잭슨 폴락이 더

좋다는 게 아닌가. 아마 당시 앙포르멜 경향의 작업을 하실 때여서, 일러스트레이션의 요소가 강한 샤

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이야기 끝에 부인 김진옥 여사와 결혼생활을 한 파리 시절의 와인과 바게트의 맛을 얘기하면서,

여러 재료를 이것저것 섞더니 족보 없이 색깔만 화려한 음식을 쓱 만들어 내셨다. 그러더니 “음식도 말

이야, 이렇게 그림 그리듯 색을 잘 맞추고, 간을 잘하면 맛있게 되는 거야”라며 맛을 보게 하셨다. 와인

과 함께 예술성 충만한 음식을 얻어먹고, 조그만 수채화 한 점 씩 얻어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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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25일은 남관 탄생 100주년이다. 마침 환기미술관에서 유화 80점과 드로잉 70점으로 기념전

이 열리고 있다. 아무도 걷지 않은 추상미술의 길을 묵묵히 개척한, 나에게는 스승과 다름없는 그가 그

립다. 나에게 선물한 그림을 꺼내보며 앞서간 예술가의 위대한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김테레사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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