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화백 · 남긴 글 · 14

내가 좋아하는 풍경 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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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풍경

바다나 물이나 그런 풍물을 읊은 이일李日이나 소동파蘇東坡의 구句를 연상하게 되며 또 바다의 화가畵家라는 별명이 있는 타아너어의 극히 사실적인 그림도 머리에 떠오른다.

‘이백기경비상천李白騎鯨飛上天하니 강남풍월한다년江南風月閒多年’이라는 구가 있는데 이 구는 투영投影된 달을 보고 수중水中에 돌을 던지고 싶은 취한 시인의 심정을 읊은 것이다. 달 자체의 미보다 물 그림자가 된 달은 더욱 신비의 미를 느끼게 하여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풍경도 물에 투영된 것은 의외에도 아름답게 보일 때가 많다.

또 소동파의 유명한 「적벽부赤壁賦」 중에 있는 ‘풍경은 서래徐來하고 수파水波는 불흥不興이라 백로 白鷺는 횡강橫江하고 수광水光은 접천接天이라는 구句도 소동파 자신이 물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관찰

이 한층 더 유창한 사실의 극지에 달한 것이라고 하겠다.

잔잔하고 광대한 바다 ‘수광접천水廣接天’이라는 넉 자字로서를 완전히 표현되고 말았다.

나도 이런 절경에 청유하게쯤 된다면 감동한 모티이브에서 한 필치의 그림으로서 소동파에 못지않은 즉흥적인 작품을 내놓을 자신은 있으나 글이나 간단한 스겠취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으므로 나는 호씨縞氏의 주문을 사양할 생각만하고 있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요즘의 나의 생활환경은 시인이 물에 투영된 달을 잡으려고 수중에 몸을 던지는 로맨틱한 풍경이나 타아너어가 그린 바다를 그대로 사실한 것이나 명유銘油와 명창名唱을 배에 싫고 바다 한 가운데서 시에 흥하는 유한한 풍경과는 거리가 멀어진 것 같다. 그런 신비롭고 유한한 풍경보다 직접 나의 생활과 관련이 깊은 우리 동리洞里의 풍경을 좋아하게 되었다.

S동 내가 있는 하숙집 모서리층 방은 이 동리에서 좀 높은 지대인데 창문을 열고 앞을 내려다 보면 전화戰禍를 입은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붉은 벽돌이 제멋대로 구울러져 있고 폐허가 된 집 토대만이 남아 있기 때문에 어디가 부엌이었고 어디가 현관이며 몇 간방이 몇이며 얼마나 큰 건물이었던가를 능히 알아 맞출 수 있다. 벽돌 기동들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어 집터만이라도 감시하는 듯이 호올로 서서 오늘도 돌아오지 않은 주인에게 충성을 다 하고 있다. 나는 이런 풍경을 볼 때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화제의 이메에지와 접근하는 것을 발견한다.

나는 요즘 이런 폐허의 편편상片片相을 바다나 어느 화려한 풍경보다 아름다웁게 느껴진다. 이 참혹한 전생의 선물을 잊으려도 잊을 수 없기 때문인지 미의 원리가 변해져 가고 자는 세대이기 때문인지 그 이유는 말하고 싶지 않다.

신천지 195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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