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화백 · 남긴 글 · 02
구라파항로 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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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파 항로 歐羅巴 航路
서공徐貢의 여성들
[서공西貢sigon에서 제1신第一信] 지난 2월 21일에 일본 •• 항을 떠나온 이 배(불국佛國 MM 회사선 會社船) 캄보지Camcodge는 25일 아침 7시에 향항香港에 입항,1박하고 26일 오전 10시에 출항, 28일 오전 8시 10분에 Manille 입항,그날 오후 2시에 출향해서 3월1일 •• 3분에 서공에 입항 했읍니다. 남지나해南支那海에서 서공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약 4시간 걸리는데 (이 서공하西貢j河를 여인들은 모공하母貢河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중은 밀림지대 입니다. 서공 시내는 불란서와 중국사물을 중화시킨 정서적인 것이 많으며 특히 따마니에르Tamarinier라는 불란서적인 이름을 가진 가로수와의 늘-안쏘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남성들을 대개가 양복이나 여성들은 대개가 중국식복이면서 또 좀 다른 색채와 선인 것을 느꼈습니다.
이 그림과 같은 유장攸長한 입성의 여인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반면에는 배트남군과 불란서군단의 트럭들이 분주히 왕래하고 있는 것 등은 한국의 거리와 흡사합니다. 현재는 휴전이지만 지난번 전쟁의 여파를 느낄 수 있읍니다. 그리고 거리에는 노점들이 많고 더욱 거리에서 구두 닦는 아이들의 모습이나 그 도구는 한국의 그 아이들과 똑같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점으로 보아서 향항이나 마니라 같은 도시보다는 나에게는 흥미 있읍니다. 내일은 앙코-르·왓뜨를 구경 갈 예정입니다. 이때는 6일 오후 3시에 출항하여 이달 23일에 말세이유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특기할 것은 이 배안에서 지금 인종전람회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치 영英,미美,불佛,독獨,일日, 중中인은 물론 기외其外에 세계 각국인들이 한두 명씩은 타고 있읍니다. 그들은 각기 특성을 가지고 있으나 모두가 평화적이며 신사적입니다.
배라는 그 자체가 바다로써 사방을 에워싼 고립된 하나의 사회이기 때문인지 또는 모두가 자기 나라에서 가진 지위와 명예를 버리고 똑같은 여인旅人이 되어 누구나 다가질 수 있는 여수旅愁의 공통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읍니다.
3월 2일 선상船上에서 다음은 Singapore에서 통신 드리겠습니다.
한국일보, 195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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