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화백 · 남긴 글 · 07

짧은 생애를 히상 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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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애를 회상

반 고호의 무덤을 찾아서

나는 역에 나리자 먼저 그가 하숙한 집을 찾았다. 이 집은 촌다방村茶房인데 들어가니 여급女給은 나를 맞아 첫인사가 고호를 찾아왔느냐고 묻는다. 나는 일개 무명화가인데 어떤 장관이 방문 할 때처럼 당국에서 지시가 있을 일은 없을텐데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어떻게 가느냐고 물어 보았다. 여급의 말이 이 집에 오는 외국사람들은 대개가 고호를 찾아온다고 하며 그가 살다 죽은 방을 안내해주었다. 2층 지붕 밑 1평 가량 되는 마루방에서 만년晩年의 그는 고통 속에서 밤을 새웠고 불만 속에서 그리고 그리다 결국은 고통과 불만을 이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방안에는 그가 가장 좋아하고 그리던 해바라기 한 송이 꽃병 아닌 복제판 그림 한 장 걸려 있지 않고 그가 빈틈없이 걸었으리라고 짐작되는 벽면만이 공허했다. 여급은 말하기를 고호를 잘 알고 있는 이 집 노인 할머니가 아직 생존 하시는데 지금은 친척집에 가고 안계신다고 한다.

이 찻집 이름은 VAN GOGH이며 문 위에는 그의 •••이 ••되어 있었다. 즉 그는 이 집에서 살았고 또한 죽었다. 나는 싸롱에서 차를 한잔 청하고 앉아 고호의 짧은 생애를 회상해본다. 40평 가량 되는 이 싸롱벽에는 현대무명화가의 그림들이 빈틈없이 걸려있다. 그러나 고호의 그림은 한 장도 없었다. 그의 생전에 그의 작품이 세간에서 천대를 받은 것을 생각해보면 이 집 주인 역시 그의 그림을 미치광이의 발광적發狂的인 장난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추측할 수 있는 일이다. 실로 고호 일생은비통일로 悲痛一路에 끝난 모양이다. 그가 가장 숭배한 고오겡과의 자취 생활로 불과 수개월 고오겡은 그를 버리고 떠나버렸다. 귀를 짜르고 자살을 행한 것도 존경하던 고오겡이 자기를 버리고 떠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집을 나와서 오와즈천川 반대편 얄은 •• 보리밭을 지나 •1천•• 되는 평•에 있는 그의 무덤을 찾았다. 고호가 죽은 1년만에 지극히 사랑하던 아우 테오를의 무덤이 나 앞에 있다. 무덤에는 화분 하나와 통속적인 병에 꽂아둔 튜립꽃들이 어떤 고호 애호인이 찾아와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알맞은 봄빛을 맞아 향기로웠다. 가을이 되면 그가 좋아하던 해바라기를 공양할 애호가도 있을 것으로 나는 예상하고 주변을 돌아다봐도 인적 하나 없는 고요한 무덤이다. 나는 마치 그의 비석을 ••이나 할 것처럼 앉아 흙을 만지며 고호여 나는 멀고 먼 극동極東 한반도에서 당신을 찾아 왔오. 나는 당신이 위대한 자연에 부닥칠 때 마다 곧 붓을 들고 마치 밀림 속에서 맹수를 만난 사람처럼 그런 그림들을 많이 보았오. 나는 당신의 그 위대한 작품들과 헤어지는 것이 슬픈 일이라 생각되므로 아직도 이 낯설은 구라파歐羅巴를 떠나지 못하고 있소. 하고 눈을 감아보다 그의 강렬한 색채의 그림들이 움직이는 자연처럼 떠오른다.

나는 작년에 그의 나라 화란에서 그의 작품 500여 점을 보았다. 화란을 찾아간 원인은 럼부랑의 350년제祭를 기념하는 대전람회를 보는 한편 고호의 것을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대표적인 「해바라기」,발콩의 「부인」,「보리밭」등이 이 나라 미술관에 보존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한 미술관에 보존되고 있는 큰 원인은 그의 생전에 지금 금액으로 처서 약 4만 프랑의 그림 한 장밖에 팔리지를 않았으리만큼 그의 그림은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가.

나는 무언의 작별을 하고 평강平岡에 서서 오와즈강을 내려다보니 복숭아꽃 화병들이 사양을 받아 인상파의 점묘의 그림처럼 이름다웠다. 나는 인생의 처량한 마음을 그린 도화유수묘연거桃花流水杳然去라는 고시古詩의 한 짝이 생각된다. 이 평강 전체가 그가 그린 보리밭이다. 맥추는 아직 멀지만 고호의 스켓취의 취재取材가 된 농구農具들이 따뜻한 봄날 보리짚 모자 그늘에서 낮잠이 심한 주인을 원망하고 있었다. 여기서 •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그가 그린 성당 종소리가 돌아갈 나를 재촉한다. 위대한 고호여 당신의 이름에 인하여 전세계의 화가들이 얼마나 ••한 태도로 일을 하고 있을가.

한국일보, 파리화신,1957.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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