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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 1990년 서양화가 남관 화백 별세 | 동아일보 | 200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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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3.30(금) 02:59 편집
[책갈피 속의 오늘]1990년 서양화가 남관 화백 별세
신비스러운 푸른빛 공간에 떠도는 갑골문자와 상형문자…. 주술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문자와 기호들
은 언뜻 사람의 얼굴을 닮아 보인다. 아름답게 펼쳐진 푸른색의 맑은 가을 하늘 위에 인체 모양의 형상이 춤을 추
는 이 그림은 추상화인가 구상화인가.
서양화가 남관 화백(1911∼1990).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했던 그는 동양의 수묵화와 서양의 추상화를 결
합한 독특한 예술세계로 이름을 떨쳤다. 그는 옛 문명의 흔적으로 남은 기호에서 인간의 생명력을 읽어냈다. 이
는 작가의 현실체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6·25전쟁 때 종군화가로 참여하여 겪은 전쟁의 참상을 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두 차례의 전쟁(태평양전쟁, 6·25전쟁)을 겪었다. 숱한 시체, 숱한 부상자의 얼굴을 보았다. 코, 입, 눈들
이 제자리에 붙어 있지 않고 비뚤어져 있는 것 같았고, 온 얼굴에 받은 상처의 자국, 그것이 꼭 고성의 돌담조각
같기도 했고 석기시대의 깨어진 유물 조각들이 긴 세월을 땅 속에서 신음하다가 태양광선에 노출되면서 그 더덕
더덕한 모습을 드러낸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의 작품은 일그러진 형상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비극적이거나 기괴함과는 거리가 멀다. 화면을 이루고
있는 색채가 아름답고 환상적이기 때문에 마치 꿈이나 우주적 공간을 재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게는 완전한 형태나 피부를 가진 것보다 그 내포된 생명(극히 통속적으로 아름다운 것보다는 잔혹한 고비를
넘어온 인간상)이 나를 한층 더 유혹했다. 잔혹한 경지를 겪으면서도 신에 의거하지 않고 자기 외의 모든 것을
부정하면서 악착같이 생을 이어나가려는 인간상에 관심이 더 갔다.”
이처럼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예술세계를 추구했던 남 화백은 프랑스 화단으로부터 동서양의 문화를 서로 조
화롭게 결합한, 보기 드문 예술가로 평가받았다. 그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계기는 1966년 프랑스 망통에서 열
린 회화 비엔날레였다. 피카소가 특별 출품한 이 비엔날레에서 그는 아르망, 뷔페, 타피에스 등 쟁쟁한 거장과 함
께 참가해 당당히 1등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1986년 국제사기극에 휘말려 작품 20점이 증발되는 곤욕을 치르기
도 했다.
그는 1990년 3월 30일 일본 도쿄아트엑스포에 출품하기로 약속한 작품제작에 열중하다 엑스포 개막일에 조용
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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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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